우리가 어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글쓰기에는 다양한 종류와 양식이 있고 각 양식들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보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무엇을 쓴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두가지 전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어보입니다. 그 전제는 첫 번째가  글을 읽을 독자, 두 번째가 글을 쓰려는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더 나은 글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했던 두 가지 전제를 얼마나 잘 충족시켰는가가 아마 그 판단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즉, 독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글인가(형식), 또 글 쓰는 대상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갖고 있는가(내용)이 바로 그 판단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논술이 잘 쓴 논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잘 쓴 논술이란 것의 기준은 아주 다양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0년전의 논술과 지금의 논술의 기준은 매우 다르며, 논술을 평가하는 기관에 따라서도 기준이 다릅니다. 따라서 대상을 좀 좁혀서 현재 대학입시에서 요구하는 논술은 어떤 글인지를 파악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을 해보도록 하죠.


논술은 시대마다 대학과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에 의해서 변화를 계속 겪어왔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고전논술’이라 불리는 논술이 대부분이였죠. 말 그대로 고전이라고 할 만한 텍스트(자료)를 세 개 정도 제시하고는 그에 대해서 2000자 내외로 긴 글을 쓰는 것이였죠(강남 등에서 성행하는 왜곡된 논술교육들은 대부분 이 고전논술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힐 정도지요. 물론 암기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그런 방식의 논술은 학생이 그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논리적으로 해석했는가를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글의 내용보다는 글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작문능력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결국 대학이 요구하는 좋은 학생의 기준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학생이 아니라, 대학에서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논리적 판단력,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학생이기 때문에, 긴 글을 써야만 하는 고전논술은 요즘 대학에선 거의 치르지 않습니다.


요즘 대학에서 출제하는 대부분의 논술형식은 흔히 통합논술이라고 불리는 논술입니다. 통합논술은 통합교과형 논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교과들을 종합적인 하나의 틀로 이해하고, 개별 교과의 한계를 넘어서 다른 교과에 적용시키는 능력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논술입니다. 즉, 각 교과에서 습득되는 교과별 지식의 양 보다는, 종합적이고 반성적으로 이를 고찰해서 통합하는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죠.


이해를 위해서 서울대의 통합논술 평가기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해, 분석력 (20점)

-주어진 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분석 능력

-제시된 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분석(독해) 능력

-논술문이 발문에 충실한 정도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한 정도


  논증력 (30점)

-근거 설정 능력

  ․ 주장에 대한 적절하고 분명한 논거 제시 여부

  ․ 주장과 논거의 논리적 타당성

  ․ 논제에 대한 분명한 견해 표현

  ․ 표현 견해가 제시문의 논의에 의거해 적절한 뒷받침

-구성 조직 능력

  ․ 전체 논의 전개에 정합성 및 일관성이 유지

  ․ 전체 논의 전개에 있어 논리적 비약의 여유

  ․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


  창의력 (40점)

-심층적인 논의 전개

  ․ 본인의 주장이나 논거에 대해 스스로 가능한 반론들의 고려

  ․ 본의의 논의가 지니는 더 나아간 함축이나 귀결들에 대해 고려

  ․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맥락이나 배경상황에 대한 적절한 고려

  ․ 묵시적인 가정이나 생략된 전제에 대한 더 나아간 고찰

-다각적인 논의 전개

  ․ 발상이나 관점 전환을 시도

  ․ 가능한 대안들에 대한 고려

  ․ 여러 개념들의 종합

  ․ 암묵적으로 가정된 전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독창적인 논의 전개

  ․ 주장이나 논거의 새로움

  ․ 문제를 통찰함에 있어 특이함

  ․ 관점이나 논의 지평의 참신함


  표현력 (10점)

-표현의 적절성

  ․ 문장표현의 매끄럽고 자연스러움, 적절한 비유 등

  ․ 단락구성 및 어휘 사용

  ․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논술이 중요한 입시의 판단 잣대가 되는 서울의 사립대(연대, 고대, 성대, 서강대 등등)도 서울대의 평가 기준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큰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은 위의 표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창의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있는 창의력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창의력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할 때 창의력은 독특한 생각, 남들과 다른 사고를 뜻하죠. 그런데 그런 창의력은 논술에서 말하는 창의력이라기보다는 문학이나 미학 등에서 말하는 창의력입니다. 위에서 말하고 있는 창의력은(창의력의 평가기준을 보면 대강 알 수 있겠지만) 논리적 맥락 안에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논증이 전제하고 있는 가정의 타당성을 검토한다던가 함축하고 있는 바의 고려를 통해서 논증을 확대시키는 것이 논술에서의 창의력입니다.  이렇게 논리적 맥락 안에서의 다양한 가능성의 고려하는 능력으로 창의력을 이해한다면, 창의력은 밑바탕은 논리적 사고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논리적이지 않은 창의력, 그냥 독특한 사고는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좋은 논술을 쓰기위해서는 첫 번째로 논리적으로 글을 읽는 능력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글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죠.



다음 글에선 실제 통합논술문제를 통해서 통합논술의 성격과 경향, 그리고 어떻게 통합논술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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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어떻게 써야할까 - 1  (0) 2009/06/27
Posted by ZaraGh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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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분들은, 이 게시판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을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우선 벽을 만들곤 하지요.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해를 어렵게 넘어서고 나면 이제는 철학 그 자체의 어려움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흔히 철학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변적이고 공허하고, 더구나 쓸데없이 난해하기까지 한 학문으로  이해되곤 합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철학에 대한 이해에는 철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이들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그들은 철학에 대한 지식을 단순한 소유물로 생각하고 그 소유물에 대해서 배타적인 권리를 지니고 싶어하죠. 철학에 대해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 부딪히는 철학적인 단어들의 어려움은 사실은 철학에 대한 지식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강단철학자들에 의해 의도된 측면도 큽니다. 그런데, 과연 철학에서 문제삼고 있는 주제들이 강단철학자들의 바램대로 단순히 지식의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을까요? 단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철학의 주제는 우리가 시대, 사회와 삶에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과 그 문제들의 극복을 위한 사유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철학은 사실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으며, '이미' 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단 하나의 예외로 2MB정도를 들 수 있을까요?)


철학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지닐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한 철학적 입장을 절대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다른 입장들을 배척하는 교조주의입니다. 제가 이 게시판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의 목적은 어느 철학자의 말이 옳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정당함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떤 위대한 철학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가진 인간적 한계, 즉 그가 살던 시대와 사회에 갇혀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철학자들의 생각을 대할 때, 우리는 그들의 생각이 현재에도 옳은가 혹은 그른가를 따지려는 태도를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자신이 갇혀 있던 시대, 사회적 한계 안에서 어떻게 현실을 해석했고, 현실을 극복해보고자 했는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철학자들의 사상을 그대로 외우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유를 쫓아 따라가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게시판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사유와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서 계획되었습니다. 위에서도 강조했듯 철학적 사유는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교조적 방식으론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이해하는 게시판이 되기를 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게시판은 자신의 사유를 공유해보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또 열려 있어야만 합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함께 생각하고 이해해보죠. 그러려면 우선은 이 공간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겠죠?(댓글 남기라는 말입니다-_-)


제가 갖고 있는 이 게시판에 대한 계획은 대략 세 방향입니다. 우선은 [철학자맥질]로 한 철학자의 사유를 쫓아가보는 글이 될 것입니다. 두번째는 [비판적텍스트읽기]로 기본적인 논리학과, 주어진 텍스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문제를 실제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 봄을 통해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문학부에서 (대부분은 교수님들이 이건 이미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해서 설명하지 않을 만한) 너무도 중요한 개념들을 살펴보는 글(이름을 못 지었습니다. [이건뭥미?] 정도면 될까요- -?)입니다. 어떤 종류의 글에 대해서든, 비평이나 질문은 서로의 사유를 가다듬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환영하겠습니다.: )


거제도에서 자맥질은 흔히 물 속에서 하는 모든 것(수영, 멱감기, 잠수 등)을 가리키지만, 특히 해녀들의 물질을 일컫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유하는 과정이 자맥질과 비슷하지 않은가요? 숨을 참고 깊게 깊게 내려가서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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